블로그 마지막 글이 작년 2월이라니!? 너무 오랜만에 글을 쓴다.
오늘(12/30)은 LINE 재입사한지 1주년된 날이다. 큼지막한 키워드 중심으로 올해를 회고해보려고 하는데, 올해를 회고하려면 일단 재입사 썰부터 풀지 않을 수가 없다.
나는 왜 복귀를 결정했을까
작년 세 번째 인프콘을 마치고 마무리 작업하던 무렵, 이전에 LINE에서 함께 일했던 옆팀 팀장님이시자 그 당시 DevRel팀을 맡고 계셨던 분께서 연락을 주셨다. LINE DevRel팀에서 시니어를 찾고 있고 연의 님이 와주면 좋겠다고. 그리고 단순히 시니어가 아닌 리드 역할까지 함께 고려하고 있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때의 나는 인프런에서 콘텐츠 팀과 커뮤니티 팀을 리딩하며 이제 갓 2년 정도의 팀장 경험을 쌓은 상태였다. 이전에 인프런 이직 썰에서 ‘정체되지 않고 더 많이, 더 높이 성장하고 싶다’는 이야기도 했거니와 팀장으로 일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지만 동시에 고민인 지점도 있었는데, 그 중 가장 컸던 건 내가 팀장으로서 잘해내고 있는 게 맞는지 스스로 판단하기가 어려웠다는 것이었다. 리더십 교육도 찾아 듣고, 회사 밖 팀장분들과 스터디하고, 팀장콘도 열어서 많은 분들과 이야기 나눠보고 했지만, 끊임없이 변화하는 스타트업에서 ‘잘하는 팀장’을 스스로 정의하기는 여전히 어려웠다.

그런 고민을 하던 중 제안을 받았던 것이었고 커리어 10년을 채우는 시점에 좀 더 시스템이 갖춰져있는 곳에서 팀장 경험을 해볼 수 있다면 새롭게 성장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후 티타임, 1차 면접, 2차 면접 과정에서 내가 고민하던 부분들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고, DevRel이라는 일에 대해 회사의 충분한 기대가 있다는 확신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감사한 마음으로 복귀를 결정할 수 있었다.
정리하자면 예전에는 스스로의 성장이 이직의 이유였다면 이제는 나 혼자가 아닌 ‘팀’으로 함께 조직에서 성장하는 방법을 경험하고 싶어진 것이 이번 결정의 이유라고 볼 수 있겠다. 그리고 LINE을 떠났을 때와 돌아갈 때의 고민의 깊이와 관점이 달라졌다는 측면에서, 약 3년간의 인프런에서의 경험이 나를 정말 많이 성장시켜줬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다.
(TMI인데 나는 이직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이전 회사랑 가까운 곳으로 이사하려고 계약하고 이삿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근데 어쩌다보니 이사하는 날 바로 전날이 퇴사하는 날이 되어버렸고 뭐 아무튼 지금 회사랑도 가까워지긴 했지만…)
그래서 올 한 해 무엇을 했나
이제 세 가지 키워드로 올해를 회고해 보자.
올해의 키워드 1. 팀 빌딩
리드 발령 받았던 초기보다 팀 규모가 커져서 코어 업무 함께하는 팀원 수가 두 배가 되었다! 우리 팀 업무를 크게 분류하면 Tech Culture, Tech Branding, Tech Training 으로 나눌 수 있는데 여기에 AI 활용 활성화 업무까지 녹여내면서, 팀원들의 담당 업무를 얼추 분배(…가 완전히 잘 되었다고 보긴 아직 어렵지만)해서 아무튼 어째저째 해낼 수 있는 규모의 팀이 되었고 진짜 감사하고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근데 더 감사한 건 팀원들이 다들 열정이 넘쳐서 오히려 내가 자제를 시켜야한다는 것이다ㅋㅋ
이번 LINE 면접 볼 때 어떤 리드가 되고 싶냐는 질문을 받은 기억이 있는데, 그때 내 대답은 ‘조직에서 어떤 성과냈는지까지 명확하게 끌어줄 수 있는 리드가 되고싶다’는 것이었다. 아직 실무에 제일 가까운 1차 리드니까 지금의 나에게는 이 대답이 맞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우리 팀원들이랑 같이 열정 싹싹 모아서 재미있는 일 성과내는 일 많이 해보고 싶다.
올해의 키워드 2. 일/피드백/성장
“ooo 끝나서 좀 여유로운 거 같아요” 이런 말 절대 금지라고 팀원들이랑 웃프게 말하곤 했던 2025년…
사내 기술 공유 행사 횟수 확 늘려보자고 한달에 2~3개씩하면서, 글로벌 그룹사 컨퍼런스 & 해커톤 준비도 하고, 엔지니어 대상 프로그램도 몇 가지 새로 기획하고, 한국 법인 전직군 대상 AI 활성화 행사 제안해서 여러 팀들과 협업해서 준비하고, 아! 그 와중에 전체 엔지니어 대상 타운홀도 2번 정도 했고, 이외에도 자세히 적지는 못하는 수많은 일들이 있었다. 분명히 올해 시작할 때 팀원들한테 “올해는 좀 안정적으로 가보려고요”라고 이야기했는데… 해야하는 일들과 하고싶은 일들 사이에서 전부 다 해내고 싶었던 인간은 미친듯이 초과근무를 했다네요 껄껄…

그래도 올 한 해 동안 이렇게 일하면서 대표님, CTO님, 글로벌 CTO분들, 개발 임원분들께 직접 피드백 받는 소중한 기회들을 얻을 수 있어서 진짜 감사했다. 내가 아직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는 분들의 이야기 덕분에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나는 여전히, 살면서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걸 시도해본 후 시야가 넓어지는 경험을 할 때마다 너무 기분 좋고 뿌듯하다.
올해의 키워드 3. 일본어 & 영어
3차 리드님이랑 1on1할 때마다 항상 하시는 말씀이 “연의님 일본어는 하고 계시죠?”였다. 하하하하하하! 우리 회사에서 일본어를 잘 하면 업무 이해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7월에 있을 JLPT N5 시험을 4월에 접수해놓고 얼레벌레 시간이 지나갔다. 공부를 안한건 아닌데… 하필 시험이 6박7일 일본 출장 다녀온 바로 다음날이었고… (변명) 암튼 진짜 쪽팔리게 N5를 떨어졌다. 하하하하하하!!!! 너무 쪽팔렸던 나머지 8월부터 일본어학원 등록해서 아침 6시50분 수업을 4개월 동안 열심히 나갔다. 그리고 얼마 전에 N4 시험 봤고 1월 말에 결과 나오는 거 기다리고 있다. 가채점 비스무리한 거 해보니까 어쩐지 붙을 것 같기도하고… 암튼 내년에는 N3 준비해볼 것이다.
그리고 영어는 ㅠㅠㅠㅠㅠ 글로벌 멤버들이랑 더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싶은데 내 영어가 진짜 딱 뒷풀이에서 신나게 놀 수 있는 정도 수준이어서 괴롭다… 외국어는 시간이 걸리는 일인 걸 머리로는 당연히 알고 있는데 아무튼 괴롭다… 우리 회사는 매달 어학지원금을 20만원씩 지원해주기 때문에 일본어는 사비로 공부하고 어학지원금은 영어에 쓰고 있다. 돌이켜보니 올해는 정말 집-회사-어학 밖에 없었던 것 같다… 하하하하하
천천히 그리고 오래오래
올해로 커리어 10주년이 됐다. 세상에! 지난 커리어를 돌이켜보면 일에서 자아 찾아보겠다고 ‘일단 불태워서 경험치 한번에 많이 얻자’ 상태였던 것 같다. 실제로 경험치를 꽤 많이 얻긴했지만 그 덕분에 너무 금방 소진되서 한 조직에서의 엔딩(?)이 빠르게 찾아왔던 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 못해낼까봐 겁나고 두려운 순간이 오면 ‘드디어 다음 레벨로 왔군’ 이런 생각하면서 부딪혀왔던 시간이 어느새 10년이나 되었다는 게 사실 잘 믿기진 않는다.
암튼 지난 10년 동안 우당탕쿵탕 경험해보면서 일하는 인간으로서의 자아는 얼추 찾은 것 같으니, 이제는 시작부터 보스 잡는 퀘스트 찾는 사람 말고 슬라임 100마리 잡는 퀘스트도 차근차근 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보자고 생각했다. (회고 내용만 보면 전혀 그러지 않은 것 같지만 나름 이거 천천히 한 거다ㅋㅋㅋㅋ)
내년에도, 소진되지 말고 천천히 오래오래 재밌게 일 해야지.
아참 그리고 올해 너무 안에만 있어서 내년에는 바깥에 좀 나가서 사람들도 많이 만나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