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 근무 단상

#1

일주일을 100으로 치자면 80은 밖에 있던 사람이라 집에 있을 때 눈에 잘 안들어왔던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침대의 이불을 잘 펴서 정돈해 놓는 게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지 깨달았고, 밥을 먹자마자 설거지를 하게 되었고, 정리를 위한 수납함을 사재끼(..)게 되었다.

 

#2

재택 근무는 아침부터 밤까지 내가 가진 시간을 온전히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는 경험을 가져다주었다. 적당한 조명과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잔잔한 음악, 어느 정도는 갖추어 입은 복장과 함께라면 충분한 집중력을 얻을 수 있었다. 8시간 동안 사무실에 있어야하고 반드시 출퇴근을 해야하는 라이프 스타일에 대해 장기적 관점에서의 고민이 시작되었다.

 

#3

이전 직장에서 사회 초년생으로서 배운 일하는 방식 중 하나는 ‘프로세스에서 나의 다음 사람을 생각하면서 일하라’는 것이다. 모두의 시간은 소중하다. 혼자서 삽질하는 시간은 어쩔 수 없지만 다른 사람의 시간을 써야하는 순간은 알차게 다루어야한다. 직접 만나 일하기 어려운 경우라면 더더욱.

 

#4

집에서 혼자 일을 하고 못하게 되는 일도 많다보니 우울한 때도 꽤 있었다. 사람 만나면서 에너지를 얻는 타입이기 때문에 온라인 활동만으로 얻는 정서적 유대감에는 한계가 있었다. 나를 움직이는 힘은 무엇이었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5

(여전히) 나를 움직이는 힘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의미있는 일을 해냈다는 보람, 새로운 경험을 통한 성장에서 느끼는 재미와 기쁨, 동료들과 함께 열정을 쏟아붓는 순간들이 모여 만들어지는 짜릿함이다. 나는 이런 것들을 얻고자 움직이고 일을 한다.

 

#6

복잡하고 답답한 시기일수록 ‘왜’를 놓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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