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씨. 사회생활 시작하고 올해만큼 머리에 생각이 가득했던 해는 처음이었다. 회고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일단 블로그 에디터창 열었는데 뭐부터 써야할지 모르겠다. 올해 있었던 일 기록부터 시작. (써놓고 나니 완전 길어요. 긴글주의! 껄껄)
1분기
• 결혼함! 세상에! 코로나 시국 결혼 진짜 힘들었다. 아직 백신도 많이 맞지 않았을 때여서 초대하고 싶은 분들 초대 다 하지도 못했고, 특히 식사 대접을 제대로 못하니까 식 끝나고 얼굴 보고 잠깐이라도 이야기 나눌 시간이 없었던게 정말 너무 아쉬웠다 ㅠㅠ
• 사회 생활 시작하고 제일 길게 쉬어봤다. 2주… 예전에 이지스퍼블리싱에서 LINE 넘어 올 때 1주일 쉬었는데 그 짧은 기간 동안 엄마랑 이모 모시고 일본 여행 2박 3일 다녀오고, 담당했던 저자분들 만나서 인사드리고, 심지어 (입사 전인데) LINE DevRel팀 당일 워크샵도 참여했었음ㅋㅋㅋㅋ 체력도 좋았다 홍여니…
• 회사에 LINE STYLE RELAY라고 전사 칭찬 릴레이 비슷한 게 있는데 다른 팀 동료분이 나를 추천해주셨었다. ‘한 발 차이’는 LINE STYLE 키워드인데 ‘완벽한 계획보다 빠른 시도가 더 중요하다’를 의미한다. 근데 사실 나 생각 많아서 계획 엄청 세우는 타입인데 히히… 아무튼 굉장히 기뻤다.
2분기
• Q1, Q2는 회사 유튜브 영상 찍어내는 공장에서 일하는 기분이었다. 주1회 영상 업로드하기 위한 전체 프로세스 진행하는데 진짜 이건 내가 한다고 했지만 탈곡기 수준이었음. 그래도 지금 구독자수 순수하게 8.8K! 10K 머지 않았다.
• 데이터홀릭 팟캐스트에 패널로 참여하게 되었다. 데이터 관련은 정말 문외한이어서 데이터 잘알을 꿈꾸면서 참여하기로 마음 먹었는데 참여하면 할수록 드는 생각은 뭐랄까… 다른 패널분들의 생각의 깊이와 지식 탐구에 대한 열의를 내가 쫓아가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약간 좌절…
• Q2부터 내가 하는 업무에 대해 문의를 주는 분들이 좀 계셔서 커피챗을 종종 가졌다. 첫번째 커피챗 이후에 썼던 글이 이것.
• 작년에 이화여대에서 발표했던 ‘컴퓨터공학도 출신으로 새로운 분야와 융합하기‘ 내용을 이번에는 숙명여대에서 발표했다. 옆집 사는 컴공 언니는 이렇게 살았대요 주절주절 이야기하는 내용인데 도움이 되었다고 피드백해주어서 고마웠다.
3분기
• 회사 팀 구성이 대대적으로 달라졌다. 이번 회고의 제목에 ‘대혼돈’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큰 이유. 아니 이게 정말 이게 이렇게 된다고? 하는 순간에 모든 것이 착착 바뀌었고, 이직 안했는데 새 팀에서 일하게 된 기분이었다. 나는 DevRel팀에서 Tech Branding 파트를 담당하는 PM이 되었다.
• 내가 담당하는 파트에서 함께 일할 주니어분을 모시기 위해 채용 프로세스에 참여했다. 채용 프로세스에 적극적으로 참여해본 첫 케이스여서 여러모로 많은 고민을 했다. 채용 공고 알리려고 라이브 방송해보자고 제안했었는데, 지금 함께 일하고 있는 분은 실제로 그 라이브 방송을 보셨었다. 온보딩 문서도 열심히 썼는데 공개할 수가 없넹.
• 올해는 생각보다 파이콘 준비에 쏟을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리고 앞서 말했던 회사 대혼돈의 시기여서… 파이콘 준비하면서 내가 이거 하자고 던져놓고 마무리 못하고 회사 일하러 사라지는 경우가 잦아져서 엄청 스트레스 받았다. 상태가 너무 안좋아보였는지 상냥하고 다정한 멤버들이 우리 집까지 왔었음… 그래도 게더타운으로 나름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두 번째 온라인 파이콘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스스로 파이콘 고인물이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이제는 졸업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 골프 시작했다! 남편따라 시작한 건데 고통받으면서 여전히 레슨 받는 중.
4분기
• LINE DEVDAY. 작년에 처음 온라인으로 할 때는 영어와 일본어로만 들을 수 있었는데 올해는 한국어 통역 음성과 한국어 웹사이트를 준비하기 위해 많은 분들과 함께 정말 많이 노력했다. DEVDAY는 글로벌의 DevRel 팀원들과도 협업해야하는데 회사 특성상 일본 DevRel 팀원들을 중심으로 진행하게 된다. 한국에서도 DEVDAY 참여 인원이 많아지고 더 잘 알려지기를 바랐는데 올해 DEVDAY 전체 등록자 중 한국 등록자 비율이 47.7%나 되었다. 목표를 달성해서 기뻤다. (이제 와서 말이지만 사실 한국 담당자인 저는 한국어 ‘자막’을 붙이고 싶었습니다ㅎ)
• Q4는 발표를 여러개 했다. 이화여대, 숙명여대에서 했던 발표를 광운대에서 한 번 더 했고, 공개 SW 페스티벌에서 비영리 개발자 컨퍼런스 운영진 경험을 이야기했고, 네코동 3분 컨퍼런스에서 ‘일’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발표 제안이 오면 대부분 수락하는데 일단 나에게 그런 요청을 준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고, 발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내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점이 좋기 때문이다.
• 친정 식구들이 서울에서 무려 속초로 이사를 갔다. 힝… 아무튼 이사 돕느라 장녀의 체력은 바닥이 났습니다 낄낄
2021년의 생각들
• 내 일에 이름 붙이기: 드디어 내 커리어를 통합해서 설명할 수 있는 첫 번째 문장을 만들었다! 지난 공개SW페스티벌에서 내 소개 문구 쓸 때 ‘개발자를 위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고, 운영하고, 홍보합니다.’라는 문장을 정리했는데 꽤 마음에 든다. 앞으로 이 문장을 잘 가꾸고 다듬어야지.
• 사람, 사람, 사람: 나는 누군가에게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기를 바라왔다. 올해는 이 말을 다양한 사람들에게 꽤 여러번 들어서 ‘아 그래도 내가 어느 정도는 제대로 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더 나아가서 ‘이 일을 할 땐 연의 님이 적합할 것 같다’라고 생각해주는 분들도 생기게 된 것 같아서 감사할 따름이다. 물론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는 없었다. 그 사실을 나도 알고 있고, 그럴 필요 없다고 말해주는 분도 계셨지만 좋은 사람이 될 수 없는 순간들에는 마음이 꽤 많이 힘들었고 마음이 힘드니까 몸도 좋지 않아지고 그랬었다. 아무튼… 이 글을 보시는 저의 가까이에 계신 여러분, 저는 여러분께 꽤나 진심이랍니다ㅎㅎ
• 매니징: 올해는 내가 받는 매니징 말고, 내가 하는 매니징을 처음으로 맛보기할 수 있었다. 이거 잘 하고 싶다. 다양한 경험을 쌓고 올바르게 고민해서 같이 일하고 싶은 매니저로 성장하고 싶다.
• K-DevRel: 채용에 포커싱된 DevRel을 나는 종종 농담처럼 K-DevRel이라고 부르는데 요즘 이런 수요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 DevRel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커피챗을 요청하는 회사 분들이 작년에 비해 훨씬 많아졌다. 개발자 채용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겠지만, 신입은 취업이 어렵고 기업은 채용이 어렵고 도대체 그 사이 간극은 왜 메꾸기가 그렇게 어려운 걸까. 그 사이를 메꾸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 피드백: 구체적인 피드백, 좋은 피드백은 정말 어렵다. 그래서 정말 소중하다. 나는 피드백에 대한 이유를 꼭 함께 설명하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시간이 꽤 걸리는 작업이기 때문에, 많은 의사결정을 해야하는 순간이 올 때도 지금처럼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상대방의 상황과 입장을 잘 고려하면서도 적절한 피드백을 줄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싶다.
• 작업의 세 가지 수준: 『함께 자라기』 책에서 작업의 수준에는 A, B, C 작업이 있다고 한다. A 작업은 원래 그 조직이 하기로 되어있는 일, B 작업은 제품을 만드는 사이클에서 시간과 품질을 개선하거나 시스템을 잘 설계해서 A 작업을 개선하는 것, C 작업은 개선 사이클 자체의 시간과 품질을 개선해서 B 작업을 개선하는 것이다. 이 부분 읽으면서 머리 쾅 맞은 것 같았다. 일 잘하기를 잘하게 만들기(?) 같은 느낌인데 나는 C 작업에 투자하는 시간이 적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앞으로는 일할 때 C 작업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고민해보고 싶다.
• 성장에 대한 강박관념: 일하는 게 너무 좋고 계속 성장하고 싶으면서도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나 혼자 느릿느릿 보내는 시간도 너무 좋다. 퇴근하고 나서 남편이랑 노는 거 진짜 꿀잼! 그리고 결혼하고 나니까 오히려 가족들이 좀 더 애틋해진 기분이다. 근데 주변 분들 진짜 엄청 열심히 살고 알찬 시간 보내고 그런 모습 보면, 나도 더 성장하기 위해서 뭘 끊임없이 해야할 것만 같고 그렇다. 내년에는 꼭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을 잘 구분해내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 결정의 속도와 방향: 나는 내가 인생에서 큰 결정은 꽤 빠르게 내리는 편이라고 생각해왔다. 돌아보니 빠르게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건 그동안 나에게 책임질 것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대혼돈의 직장인 7년차의 작은 머리 용량으로 거의 3주 가까이 고민할 일이 있었는데, 뭐 결국 이번에도 내 심장이 뛰는 방향으로 선택을 했다. (고생은 머리가 다 했는뎈ㅋㅋㅋ) 조만간에 이 내용으로 블로그를 한 번 더 써야겠다.
커리어 10년 채우기까지 이제 3년 남았다. 현재에 충실한 내가 내일의 내 모습을 만든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내년에도 잘 살아보자! 이 글 보시는 분들,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