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좋아하는 사람들의 일 하는 이야기 – ‘브랜드 마케터들의 이야기’ 세미나 후기

나는 재미있어 보이는 것을 발견하면 일단 머리와 마음에 담는다. 병렬형/비동기적 인간이라 한 번 담아 놓은 것은 시간이 걸려도 어느 순간에는 반드시 실행하더라. 이 세미나의 시작이 된 퍼블리의 ‘브랜드 마케터들의 이야기‘ 컨텐츠 광고를 페이스북에서 봤을 때도 그랬다. 정말 맘에 들었던 컨텐츠였는데 그 광고를 봤을 때는 중순에서 말로 넘어가는 월급 고개(…) 기간이었고..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광고에 입맛만 다셨다.

 

‘마케터의 일’을 읽고 감동 받아서 배달의 민족 장인성 님을 페이스북에서 팔로우하고 있었는데, 이 컨텐츠로 세미나를 한다는 포스팅을 읽었다. 그리고 퍼블리 사이트에 들어갔는데 100명 정원에 벌써 97명이 차있었다..! 퍼블리 멤버십을 가입하고 다시 페이지를 보니까 99명..!!!! 손을 덜덜거리면서 결제했는데 어쩌면 내가 마지막 문을 닫았는지도 모르겠다.

 

세미나 장소로 가는 길


그날은 왜인지 모르겠는데 안 좋은 일의 연속이었다. 제일 좋았던 건 점심시간에 먹은 맛있는 브라우니뿐이었다. 회의가 늦게 끝나서 후다닥 지하철을 타고 위워크 서울역 점으로 달려갔다. 예전에 글쓰기 모임 참여하러 위워크 을지로 점에 가 본 적이 있는데, 위워크는 참 일하고 싶게 생긴 공간이다. 4층에 도착하고 퍼블리 직원분이 앞에도 자리가 남아있다며 안내해 주셨다. 왼쪽에 놓인 의자에 장인성 님이 앉아 계셨는데 책 들고 가서 싸인이라도 받을 걸 그랬나 잠시 후회했다.

 

세미나를 들으며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열심히 타이핑했다. 그 중 몇 가지를 추려 내 상황과 함께 생각해 봤다.

재미가 없으면 바로 재미있는 걸 빠르게 찾아가는 실행력. 그래서 계속 재미있게 일한다. – 배달의 민족 이승희 님

이승희 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배달의 민족 마케팅실에서 일하는 것이 얼마나 치열하고 즐거운지 뚝뚝 묻어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같은 방향으로 가고자 하는 사람들과 끊임없이 토론하며 무엇이든 만들어 가는 일에 즐거움을 느낀다는 사실을 새삼 다시 깨달았다. 내가 하는 기획 편집자 일은 아무래도 혼자 하게 되는 일이 많아서인지, 함께 하는 즐거움을 외부 활동에서 주로 찾게 되는 거 같다.

 

오프라인 마케터는 경험을 디자인하는 사람 / 한 명을 감동시키면, 감동 받은 사람은 전파자가 된다 – 스페이스오디티 정혜윤 님

기획 편집자는 책이라는 상품을 기획, 개발, 편집해서 마케팅까지 진행한다. 내가 팔아야 하는 책 한 페이지, 한 페이지에 내 손길이 모두 닿아 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이 독자의 책상에 펼쳐져 있는 그 순간이 계속 생각나서 원고를 보고 또 보고, 자꾸 보게 된다. 우리 출판사의 책이 독자들에게 주는 ‘경험’이 괴롭거나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일정을 지켜내려면 어느 정도 됐을 때 멈춰야 하는데 아직도 언제 멈춰야 하는지를 모르겠다.. 연차가 더 쌓이면 멈춰야 할 때를 알 수 있을까?

 

‘일로 채워진 기쁨’이 사라지는 순간이 있다. 번아웃이 온다면 오히려 번아웃에 나를 밀어 넣어 버려라. 번아웃은 어떻게 극복하는지가 더 중요한 거 같다. – 에어비엔비 손하빈 님

쓸모없는 경험은 없는 거 같다. 어떤 경험을 하더라도 그 경험을 어떻게 다시 쓰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하면서 작은 번아웃은 종종 오는 거 같은데 어느 날 갑자기 현타가 올까봐 조금 무섭다. 그래서 ‘일로 채워진 기쁨’이라는 말이 너무너무 공감됐다. 이 기쁨을 느낄 수 없는 순간이 되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번아웃을 어떻게 극복할지를 미리 고민해 둔다고 도움이 될까?

 

같은 일을 하는 동료보다 같은 곳을 보는 동료. 성장 지향적인 동료들과 일하고 싶다. – 트레바리 이육헌 님

40살에 10억을 모으고 싶은데 대기업에서는 이게 불가능할 거 같아서 스타트업으로 돌아왔다는 이육헌 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40살, 50살, 60살에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은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을 내가 평생 할 수 있나? 평생 이 일을 하며 즐겁고, 살아있다고 느낄 수 있나? 30살의 나는 아직도 꿈찾기 중인 거 같다.

 

세미나를 듣고 나서


우울했던 하루를 한 방에 날려버릴 만큼 좋은 세미나였다. 진행이 깔끔하고 좋았다. 최근에는 컨퍼런스를 주로 들으러 다녀서 그런지 질문을 미리 받아 두는 방식이 참 좋았다. 마지막에 주변에 앉아있는 분들과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 거 같다. 쉬는 시간에 이야기를 할 수도 있었겠..지만 멍석이 안깔려서 그런지 어째 영 입이 떨어지지는 않았다.

 

내용 면에서는 생각할 거리를 많이 줘서 정말 좋았다. 서울역에서 지하철 타면 집에 금방 가는데 생각하면서 가고 싶어서 일부러 돌아가는 버스를 탈 정도였다. 일 좋아하는 사람들의 일 하는 이야기 듣는 거 최고였다. 언젠가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날도 오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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