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는 책이 나와 있겠지(부제: 2년 차 편집자의 고군분투기)

이 글의 제목은 한 달 전에 작성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12월 21일.. 내가 담당한 책은 아직 오케이나지 않았다.

사실 처음에는 부제를 ‘미뤄지는 마감에 대한 고찰’로 정했는데… 이상한모임 대림절 달력 주제가 ‘올해 배운 것’이니까!! 주제에 맞게 IT 도서 기획 편집자 2년 차이자 직장인 2년 차를 보내며 개인적으로 느낀 것들에 대해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년이면 3년 차라니… 말도 안 돼..)

 

회고하자


이번 책을 진행하면서 가장 괴로웠던 순간 중 하나는 같은 실수를 반복(==삽질)하고 있는 내 모습을 깨달을 때였다. 입사하고 첫 1년 동안 기억할 것들을 적어 놓은 포스트잇을 열심히 모아 두었는데, ‘이 포스트잇들을 정리해서 나만의 기획 노트를 만들어야지!!!’라고 생각한 게 벌써 1년 반째다..^^..

일을 더 잘하게 된다는 건 몸이 익숙해지는 것과는 역시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익숙함으로 끝나지 않도록 이번 책이 끝나면 꼭 기획 노트를 만들고, 지난 2년을 회고하는 것으로…. (★내년 1월에 저 이거 만들었는지 물어봐 주세요)

 

무리한 계획을 세우지 말자


올해 초에 세웠던 큰 목표 두 가지 중 하나는 ‘일정 잘 지키기’였다. 그리고 정해진 일정을 잘 지키려면 그 이전에 잘 짜인 계획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 머릿속> 일정을 잘 지킬 거야! ▶ 계획을 잘 짜야지! ▶ 하루에 이만큼씩 하면 되겠다!

 

근데 문제가 발생했다. 하루에 할 수 있는 일의 양을 파악할 수가 없다. 고등학교 수학 문제집 풀듯이 ‘오늘은 수1 30문제, 수2 30문제!’ 이런 게 안된다. 그래서 내가 집중하는 시간을 파악해 보려고 ‘Focus Timer‘라는 어플도 샀는데, 업무 마디마다 집중할 수 있는 수준이 조금씩 달라서 무의미했다.

그래도 이번 책까지 진행하고 나면 내 업무 속도(?)의 평균치를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음 원고 맡을 때는 평균 시간을 반영해서 무리하지 않고 잘 지킬 수 있는 계획을 세워봐야겠다. 그러면 마감 일정도 잘 지킬 수…있…(읍읍)..

 

운동하자


이번 하반기는 진짜 운동과는 담을 쌓고 살았다. 건전한 몸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는데..

‘체력 거지 + 멘탈 바사삭 + 야근 콤보 + 일정 + 잘하고 싶은 마음’이 뒤엉켜서 피곤이 쌓이니까 다른 사람의 조언을 곧이곧대로 듣지 못하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평소 같으면 아무렇지 않을 대화에 예민해지기도 했고, 누구에게나 그 사람만의 힘듦이 있는데 배려하지 못한 채 내 감정만 드러내는 날도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날의 끝에는 결국 후회하는 마음이 남는다. 내년에는 이런 후회를 안 하고 싶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일정 맞춰 계획 세워봤자 몸이 아프면 다 망가진다ㅠㅠ 운동하자…!! 운동!!

 

경험하자


올해 초에 세운 목표 두 가지 중 나머지 하나는 ‘많은 사람 만나기’였다. 이건 좀 열심히 지킨 듯!!

이상한모임, 파이콘이나 GDG devfest 행사에 참여하면서 엯촋님들에게 자극도 팡팡 받고, 더 성장하고 싶다는 마음이 불끈불끈 들었다. 사실 이 ‘성장하고 싶다는 마음’이 정확하게 ‘어떤 성장’을 의미하는지는 정의하기가 어렵다. 일 처리를 뚝딱 해내는 사람이 되는 것? 아는 것이 많은 사람이 되는 것? 자기 관리를 잘하는 사람이 되는 것?

한 가지 확실한 건 내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게 된 것조차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며 쌓은 ‘경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원하는 성장이 무엇인지 더 구체적으로 찾기 위해 내년에는 경험의 분야를 좀 더 세분화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