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사랑하는 국내 여행지: 강화도

이번 모각글 주제는 ‘제일 사랑하는 국내 여행지 소개’이다. 나는 기록하지 않으면 예전 일을 잘 기억 못하는 사람인데, 처음으로 갔던 강화도 여행은 꽤 생생하게 기억난다.

강화도에 처음 간건 2011년 여름 질풍노도의 20대 초반일 때였다. 생각 정리를 하겠답시고 중간고사 기간에 전등사 템플스테이를 예약해서 혼자 다녀왔다. 가는 날은 비가 왔고 우산이 없어서 우비를 사서 입고 걸어올라갔다. 조용한 정취를 느끼고 싶었는데 전등사는 유명 관광지여서 그런지 관광객이 많았고 심지어 방에서 와이파이가 터졌다ㅋㅋ

휴식형 템플스테이를 신청했었기 때문에 특별히 해야하는 활동은 없었는데 안내해주는 곳에서 가급적 다음날 새벽 5시에 있을 새벽 예불이랑 아침 식사 후 스님과의 차담은 꼭 참여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2011년 사진이다. 전등사 안에 있는 예쁜 찻집에서 중간고사 공부를 했다. 무슨 과목인지는 기억 안남)

새벽에도 비는 계속 내렸고 혼자 묵고있는 방에 바깥 문이 얇은 창호지같은 거여서 비오는 소리가 너무너무 잘들려서 무서웠다. 거의 잠을 못잔 상태로 예불 시간이 가까워져서 문을 열었는데 산 속이어서 그런지 정말 칠흑같은 어둠뿐이었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갈지말지 엄청 고민하다가 결국 나가보기로 마음 먹고 핸드폰 플래시를 켜서 한 걸음씩 움직여 숙소 모퉁이를 간신히 돌았을 때, 저 멀리 예불 드리는 법당 가는 길에 가로등 불빛 하나가 보였다.

(그때 그 가로등 불빛. 엄청 어두웠는데 2011년의 핸드폰 카메라 화질이 이렇게나 괜찮다니)

불빛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나 혼자서도 잘할 수 있구나’ ‘일단 해보면 뭐든 되긴 되는구나’와 같은 생각들. 그러고나서 무사히 예불도 드리고 (처음 해보는 거여서 어색했지만) 아침밥도 야무지게 먹고 스님이랑 차담도 잘 나누고 돌아왔다. 참고로 절밥 진짜 맛있다. 고기 하나 없는데 어떻게 그렇게 맛있지. 아무튼 그 이후로 전등사에 대한 기억이 너무 좋게 남아서 언젠가 또 템플스테이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해보지는 못하고 그냥 바람 쐬러 두어번 다녀온 거 같다.


2019년 봄에는 두 번째 직장 다니면서 생각이 많을 때가 있었는데 전등사 근처 ‘북스테이 시점’이라는 곳에 혼자 갔었다. 그때 그곳이 에어비엔비를 막 시작한 초창기였어서 그랬는지 호스트분들 차타고 일몰 보러가서 맥주 마시고 숙소 돌아와서 밤에 와인 마시면서 이야기하고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같이 전등사에 올라가기도 했다.

(요건 2018년에 전등사 다녀왔을 때의 사진)

그 기억이 정말 좋아서 2019년 말에 또 갔는데 처음만큼 다정한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그때도 역시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왔던 기억이다. 생각 정리하고 싶을 때마다 강화도가 떠오르고 다녀오면 좋은 기억들이 남는 걸 보면 나중에 강화도에 땅이라도 사야하는 건가 싶다.


앗 근데 여행지 소개가 주제였는데 그냥 내 썰만 풀어버렸네… 모각글 주제에 먹거리 소개도 해달라고 적혀있어서 강화도에 ‘두촌가’라고 두부요리 집 있는데 진짜 맛있습니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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