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인생에서 ‘회사 일’로는 가장 바쁘게 보낸 해였다. 걍 2022년 내 모든 에너지는 회사에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 나는 회사에서 일할 동력을 잃으면 밖에서 사이드 프로젝트 일하면서 동력을 다시 얻는 사람인데, 올해는 그럴 필요도 없이 회사 일 자체가 모든 움직임의 근본이 되어주었다.
회사 겨울방학 전 숙제로 회고를 한 번 썼는데 벼락치기로 써서 그런지 올해 뭐했는지 쭉 나열밖에 못했다. 정제된 회고를 다시 써보고 싶어서 블로그 글쓰기 창을 켰는데 여전히 정리는 잘 안됐다.
그러던 와중 옥돌에게 선물 받았던 「계속 가봅시다 남는게 체력인데」 책을 겨울방학 동안 하루만에 뚝딱 읽었다. 저자 정김경숙 님이 사용하신 단어 하나하나가 내 마음과 너무 비슷했고 ‘나 그럭저럭 잘 살고있는지도’라는 생각이 들면서 위로도 받았다. 덕분에 올 한 해를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었다.
올해의 키워드 1. 해냈다
(물론 아직 부족한 점들도 있지만) 올 한해 큼직하게 했던 일들을 요약하면 이렇다. 이 모든 일에 대해 인사이트풀한 얘기를 쓰고싶은데 솔직히 올해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해냈다”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냥 해내는 데 집중한 한 해였고 그냥 몸에 체득이 되어버렸는데 이걸 말로 풀어내야 되는데 잘 안써졌다.
그래서 입사 전에 ‘인프랩에서 이루고 싶은 성장’ 정리해둔 내용을 다시 봤는데 오… 뭘 해냈나 했더니 내가 성장하고 싶었던 방향으로 성장을 해냈구나. 내년에도 이 방향은 꼭 잊지않고 일해야겠다.
올해의 키워드 2. 시간
올 한 해를 돌아봤을 때 내가 꼭 개선해야하는 부분은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아래는 한창 바빴던 5월의 어느 주 캘린더인데 이때 쭈랑 수습 2개월차 1on1 잡으려다 쭈보다 캘린더에 빈시간이 없다고 자미가 이야기해줬던 기억이 난다.
하반기에는 (특히 4분기) 뭔가 정리가 안된채로 일의 흐름에 편승해 흘러흘러 연말까지 온 것 같다. 일의 가짓수 자체가 많아서 그런가 내 시간의 주인이 내가 아닌 느낌이 들 때도 종종 있었고 일에 이끌려 다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고민해봤는데 이게 다 내 욕심 때문인 것 같다. 커뮤니티 파트 업무와 콘텐츠 파트 업무를 함께 하고 있으면 리소스를 0.5씩 써야하는 건데 둘 다 1을 쓰고 싶어하니까 이 난리가 난 듯. 하지만 그렇다고 또 1만큼 못해내고 싶지는 않으니까 내년에는 집중해서 일할 수 있는 시간을 더 확보하고, 좀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보려고 한다.
「계속 가봅시다 남는게 체력인데」 책의 일곱번째 챕터에서 ‘하고 싶은 일을 어떻게 다 하고 살아요?’ 부분이 엄청 도움이 되었다. 내년에 업무할 때 반영해볼 예정이다.
[시간의 주인이 되는 미라클 루틴]
- 아침 시간을 확보한다
- 지금 하는 일에 100% 몰두한다 (멀티태스킹 X)
- TODO 리스트 대신 TODO 캘린더를 잡는다 (일할 시간을 확보한다)
- 연간 계획을 세운다 (일과 쉼의 밸런스)
올해의 키워드 3. (약간의) 공허함
진짜 이상하게 들릴 수 있는데, 올 한 해 정말정말 열심히 재밌게 일했는데도 불구하고 연말 즈음 되었을 때 왜인지 모를 공허함이 찾아왔다. ‘월요일에 출근하는 게 기대된다’라는 생각과 ‘이렇게 열심히 해서 무엇이 남는 걸까’ ‘지금도 즐거운데 굳이 높게 성장할 필요가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함께 드는 이상한 나날들. 분명히 내가 원해서 한 일들이었고 지금까지 일하면서 한 번도 이런 생각 든 적이 없었는데 왜 이런 생각이 든 건지 알 수 없었다.
이 질문에 대한 답도 「계속 가봅시다 남는게 체력인데」 책에서 찾을 수 있었다. 열번째 챕터에서 ‘우리가 일을 하는 건 이미 채운 걸 쓰는 일이지, 채우는 일이 아니다’라는 문장을 발견했다. 그리고 채운 걸 쓰면서 비우기만 할 때는 번아웃이 찾아온다고.
사실 열번째 챕터 내용은 일만 하지말고 자기 계발도 열심히 하라는 내용이기는 한데 ㅋㅋ 나는 좀 다르게 받아들여졌다. 내 상태가 번아웃인건가?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번아웃이 온게 뭔지 몰라서 이럴 수도) 하지만 확실한 건 올 한 해 정말 비워내는 일만 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년에는 비우기만 하지말고 채울 수 있는 일도 해야겠다.
내년에도 계속 가봅시다 체력은 좀 키우면서
그래도 올해는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걷어낼 수 있는 해였다. 내가 잘하는 게 무엇인지 못하는 게 무엇인지 알게되었다. 요지경 커리어 때문에 힘들었던 혼란의 시기를 어느정도 헤쳐나온 것 같아 다행이다.
얼마전 커뮤니티 파트 워크샵에서 갔던 카페에 북 타로가 있었는데 ‘어차피 일 많이 할 거니까 스스로도 좀 챙기면서 해라’는 뉘앙스로 나와서 웃기면서도 공감됐다. 내년에는 ‘나’도 좀 챙기면서 일해보려고 한다. 음… 근데 내년에 약간의 변화가 있을 것 같아서 과연 잘 해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썼던 연말 회고 중에 내년 이야기를 이렇게나 많이 한 건 처음인 거 같다. 정리 안된 줄 알았는데 내년 얘기 계속하는거보니 그래도 대충 정리는 되어있었네 나 자신ㅋㅋ 뿌듯하군.
암튼 내년에는 몸과 마음, 정신이 건강하고 충만한 한 해가 되어보자! 화이탱!!!